신경숙-엄마를 부탁해 생활,생각

신경숙 작가의 책은 언제나 그랬듯이, 한숨에 읽어내려가지 못했다.
조금 읽고 더 이상 못 읽겠다며 덮어 밀어놓고 다시 읽고 다시 읽고 조금씩 읽어나갔다.
엄마를 부탁해. 이 책도 그랬다.
어느 날 엄마가 사라졌다.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 째다.
읽어나갈수가 없어 밀어두었다.
그리고 며칠전 엄마와 처음으로 진짜 대화란 것을 하고
오늘 새벽 4시에 눈이 떠졌다. 일어나서 한 일은 밀어둔 엄마를 부탁해 를 꺼내 읽는 것이었다.
이렇게 반 조금 안되게 남은 부분을 한숨에 읽어내려가리라곤 생각 못했다.
앞의 반을 얼마나 긴 시간동안 읽고 힘들어 덮고 했는데 남은 부분은 두시간정도만에 읽어버렸다.
요즘의 나는, 울고 싶어 그렇게나 애쓰는 사람이었다.
맘놓고 펑펑 울어보고 싶어 어디 울만한 일 없나 찾아다니는 사람이었다.
어디 술을 기절하도록 마시면 펑펑 눈물이 날까 했는데 그저 가게 바닥에 주저앉을뿐 신나게 울거라는 기대는 무너졌다.
대체 어떻게 해야 내가 넘어가도록 쌓인걸 풀어낼 수 있을까.
엄마를 부탁해 남은 반을 읽으며 나는 코를 너무 많이 풀어 피부가 벗겨지도록 울었고
책이 다 젖어 쭈글쭈글해지도록 울었다. 책에 자꾸 눈물이 떨어져 멀리 들고 읽기도 했다.
이미 책은 보기 흉하게 말라버려 이걸 어쩌나 싶다.
엄마와 시간을 갖기 전에는, 엄두를 내지 못할 일이었다.
엄마.와 관련된 그런 것들은 전부 무서웠다.
엄마도 엄마가 필요했어.
우리 엄마는.이미 초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고아가 되었고.
공장에서 일을 하느라 학교에 가지 못했고.
결혼을 했더니.남편이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애가 둘인데, 갈 곳이 없었다.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엄마의 한이, 가슴에 불덩이가 얼마나 깊고 뜨거운지 알지 못한다.
부모를 향한 타는 갈증도 모른다.
그저 엄마가 삶이 너무 힘들어 떠날까 전전긍긍했다.
엄마가 떠나도 난 엄마를 원망할 수 없었다. 떠날 만 했다. 떠나야 했다. 그렇게 젊고 아름다울 때 떠나버려야 했다.
떠나도 될 만 했다. 누구도 탓하지 않으니 차라리 털어내고 갔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었다.
그러면서 귀가가 늦어질 때면 나는 가슴을 졸이며 기다렸다.
아침에 나가 그대로 오지 않을까봐 무서워서. 울지도 못하고 화도 못내고 소리지르지도 못했다.
내가 더 힘들게 하면. 견딜 수 없어 가버릴까 무서워 아냐, 괜찮아. 라는 말만 했다.
엄마,학교에서 애들이 놀려. 우리 집을 가지고 놀려. 그 애들을 죽여버리고 싶었어.라면서 울어보지도 못했다.
다 크고 나서야 애들이 나를 놀릴때 부르던 노래를 웃으며 알려주었다. 그런 일이 있었다며 알려주었다.
엄마의 나를 향한 끝없는 미안함. 언제나. 미안하다. 고 하는 게 가끔 숨이 막혔었다.
나 역시. 이쁜 아가씨였던 엄마 발목을 붙든 것 같아. 미안하다. 훌훌 갈 수 있었을 텐데. 미안하다.
요즘의 엄마는 아이가 된 것 같아 두렵다.
난 그만큼을 감당할 수 있는 가슴이 없는지.
엄마의 아이같은 모습에. 가끔씩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하는 표정에. 겁이 나 화부터 낸다.
박소녀씨가 나쁜 년.이라 할 때 내가 나쁜 년이 되었다. 난 나쁜 년이야.
엄마에 관한 것은. 말로 하는 것도. 타자를 쳐대는 것도 버겁다.


그리고 그 아이도 생각났다. 쌩뚱맞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데 생각났다.
엄마 박소녀.의 그 사람을 보며 나한테 대수로운 존재가 아니라 생각했었던 그 아이가 가득 올라왔다.
나는 무엇을 이유로 그 아이를 밀어냈던가.
그래 군대에 갈 아이었다. 그게 다였다. 나한텐 그게 유일한 이유였다.
지금와서 생각하니 웃기지도 않는다. 군대가 이유가 되는 거였나
그 아이가 내게 다가왔을 땐 친구가 우울증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난 멀리 있던 터라. 발인을 하루만에 해버리는 터라. 장례식장에도 가지 못했다.
연락 한번 하지 못했던 것이 마음에 걸렸고,  자기 우울증을 내게 남기고 떠난 것 같았다. 
하필 그때 신경숙 작가의 또다른 책 어디선가..를 읽고 있었다. 그곳에서도 젊은이들이 죽었다.나를 무기력하게 하는 책이었다. 난 죽은 그게 내 친구인지 단이인지 할머니 집에 가서 굶어 죽은 그 여자아이인지 구분하지도 못하겠더라. 따라가고 싶었다. 괴로워 숨이 막히고 그때도 맘놓고 울지 못해 힘들어했다.무슨 효과라고 하던가 그 효과가 나에게도 온것같았다. 
그 때 그 애가 내게 왔다. 내게 자기의 가장 약한 모습을 보여주며 힘들어했고 그 땐 그 애를 가득 안아주고 싶었다. 따뜻하게.
안쓰러워 마냥 머리만 쓰다듬어주었다. 그러면서 위로받았었는지, 그 아이 덕분인지 친구의 죽음을 더 잘 견뎌낼 수 있었다.
그 아이가 몇날몇일을 빙빙 돌리다 고백을 했을 때. 그때 나는 피식 웃기만 했다. 설렘따위도 없고. 저 말 하려고 이 추운 날에 자꾸 날 붙잡았나 싶어 참 소심하다 여리다 하며 웃기만 했다. 받아줄 마음이 없었다.한편으론 나를 어떻게 여자로 보고 날 어떻게 예삐 보고 어떻게 날 보고 설레고 커다란 나를 , 날 어떻게 아껴주고 싶다 그러는지 세상에 그런 사람이 있을수도 있는지 를 못 믿었다. 그러면서 온 마음을 다 기대 의지하고 있었다.
새벽에 보고 싶다며 말할때. 내가 군대를 이유로 들먹였을때. 그 아이는 울었고. 그때도  마음 아픈 것 없이 군대 갈 애가 왜 힘든 내게 와서 나를 들쑤셔놓나 하며 친구와 맥주 한잔 마시고 털어냈다. 그게 다였다. 그런데 왜 지금에 와서야 그 아이가 자꾸 생각나는 것일까. 아마 나는 나도 좋다는 말을 하지 못해 보낸 것 같다.  그 아이는 그렇게 쑥쓰러워 빨개지면서도 자기 감정표현은 다 했다. 나만 한 마디도 해주지 못했다. 목에 걸려 아무 말도 못했다. 대답을 하는데도 삼일이나 걸렸다. 삼일동안 애를 말려 죽이려고 작정했냐고 친구에게 한소리 듣고서야 힘들게 말을 꺼냈었다.
지금까지. 새벽에 그렇게 날 괴롭히는 우울한 마음이 안 들었던 때는 그 아이와 함께 한 때였다. 유일하게. 뒤늦게 그걸 알았다.
고맙다고는 꼭 했어야 했는데. 몰랐네.
세상에서 그렇게 조곤조곤 나의 말을 경청해주고, 하나도 잊지 않는 사람이 또 나타날까. 강한 척 하지 않고 솔직하게 자기 약한 모습 보일 수 있는 사람이 또 나타날까.  고백을 하고 심장이 터질 것같아 뜀박질을 하던 수줍은 소년이 다시 나타나 줄까.

책을 읽으면서 그렇게나 흘리고 싶었던 눈물들을 가득 흘려냈다. 우는 법을 연습하는 마냥 울려고 아둥대는 것도 답답해
또 마음 다해 경청하고 노력했었는데. 상대는 내 말을 전혀 들으려 하지 않아 야속해 서운해 속상하던 때에
난 엄마 말을 듣지 않았다. 생각되어. 엄마의 상처를 돌보려 하지 않았다. 난 감당할 수 없는 것들이다 하여 외면하던. 내가 나쁜 년이라 눈물이 계속났다.
중,고등학교 때 책을 너무 안 읽어서 표현력이 너무 부족하다.
가슴속,머릿속에 있는 말들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버벅대는 내게 책을 읽는 것은. 내 마음을 표현한 구절을 찾아내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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